내가 읽은 무라카미 류 소설 5편

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, 뭐랄까, 다른 작가들 소설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. 책을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어요. 그랬던 기억을 떠올리며, 그의 인기작 몇 편을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번 이야기해보겠습니다.

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, 뭐랄까, 다른 작가들 소설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. 책을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어요. 그랬던 기억을 떠올리며, 그의 인기작 몇 편을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번 이야기해보겠습니다.

1.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


처음 읽었을 때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. 배경은 베트남 전쟁 시기이고, 젊은이들이 마약과 섹스에 빠져 있는 모습이 그려지는데, 굉장히 낯설었어요. 도시에서의 삶이 낯설기도 했지만, 그보다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공허함과 막막함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마음에 무겁게 와 닿았어요. 제목처럼 ‘한없이 투명’한 느낌이 있는데, 그래서 더 붙잡을 수 없는, 그 속에 담긴 허무함이 컸던 것 같아요. 젊음의 방황과 고독이 굉장히 깊게 느껴졌습니다.

2. 코인로커 베이비즈


이 작품도 꽤 인상 깊었습니다. 코인로커에 버려진 아기들이 자라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데, 처음엔 끔찍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죠. 그런데 읽다 보니 이 두 주인공이 세상에 맞서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더라고요.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면서도 묘하게 유쾌한 부분이 있어, 이 둘의 비틀린 성장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웃음도 나고, 한편으론 씁쓸한 생각도 들었습니다. 무라카미 류의 특유의 냉소적인 시선이 여기서도 뚜렷하게 느껴졌습니다.

3. 69


이 소설은 전작들보다 가볍게 읽혔습니다. 1969년을 배경으로 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인데, 그 시절에 반항심이 가득했던 청소년들이 학교를 점거하고 세상에 맞서는 모습을 그려냅니다. 나도 한때 그런 시기가 있었겠지만, 주인공처럼 대담하게 행동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. 읽으면서 ‘아, 그때 좀 더 솔직하게 나를 드러냈더라면 어땠을까?’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당시에 일본 사회의 변화와 혼란 속에서 젊은이들이 느꼈을 불안감과 혼돈이 잘 드러나 있는데, 그 시기를 살아보지 않았어도 공감이 되더군요.

4. 엑소더스 피의 탈출


이 소설은 조금 읽기 답답했습니다. 일본의 젊은이들이 집단으로 학교를 떠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이야기인데, 그들의 열망과 갈등이 생생하게 묘사돼요.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서 집단적으로 떠나려는 그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, 읽는 내내 무거운 감정이 계속 남더라고요. 어쩌면 나도 그렇게 떠나고 싶었던 적이 있었지만, 현실에 갇혀서 그걸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게 생각나면서, 그들의 용기가 나에게는 좀 무겁게 다가왔습니다.

5. 피와 뼈


이 소설은 무라카미 류의 다른 작품들과는 좀 다릅니다. 재일교포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다룬 이야기인데, 이민자의 삶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갈등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나요. 읽으면서 꽤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.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적인 면이 조금씩 드러나는 게 흥미로웠습니다.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들의 고통과 그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폭력적인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. 그저 비판적으로만 읽히는 게 아니라, 그 속에 담긴 인간의 본능과 삶의 무게가 깊이 다가왔습니다.

무라카미 류의 소설들은 단순히 자극적이거나 사회비판에 그치지 않고, 그 속에 사람의 본성과 고뇌를 담고 있어서 오래도록 여운이 남습니다. 읽고 나면 한동안 계속 머릿속을 맴돌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아요.